한은,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 25년 만에 비공개 전환
한국은행이 8월 말 외환보유액 발표에서 그동안 매달 공개하던 세계 순위 자료를 사전 설명 없이 삭제했다. 2001년 이후 25년여 만의 변화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실패 지적이 나온다.
사진: Etienne Martin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8월 자료서 국가별 순위 항목 사라져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대외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은행 국제국은 3일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매달 제공하던 국가별 순위 자료를 임의로 삭제했다.
문제는 절차다. 자료 본문에서나 별도의 설명자료, 브리핑 등을 통해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알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독자들은 배포 자료에서 순위가 조용히 빠진 것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알게 됐다.
영향도 즉시 나타난다. 앞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를 파악하려면 국제통화기금의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2001년 시작된 순위 공개…25년 6개월 만의 중단
순위 공개는 외환위기의 산물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국제 비교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2001년 2월,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세계 1~10위 국가명과 규모를 자료에 실었다. 이후 지난달까지 25년 6개월 동안 매달 전월 말 기준 주요국 규모와 함께 우리나라 순위를 공개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은 우리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자리 잡았다. 주요국과의 비교 자료를 정례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온 셈이다.
이런 관행이 사전 공지 없이 끊긴 것이다. 한국은행이 월별 자료에서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내놓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사전 설명 없어 ‘커뮤니케이션 실패’ 지적
논란의 핵심은 내용보다 방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강조해 온 것이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인데, 25년 관행의 변경이 어떤 안내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원칙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 실익 재검토의 배경도 짚힌다. 최근 외환보유액 순위의 변동 폭이 확대되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다시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가 자주 흔들리면 시장이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할 우려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통계 변경은 해석의 여지가 큰 만큼 변경 의도와 기준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은 ‘대외 건전성과 무관·순위 의미 없어’
한국은행의 해명은 두 가지다. 외환보유액 순위가 대외 건전성과 무관하다는 것과, 순위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순위는 국가 규모나 환율 제도에 따라 단순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통하려면 비공개 전환의 이유를 미리 밝히고 필요한 경우 대체 비교 자료를 안내하는 절차가 따라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통계 게시 관행의 사소한 변화도 신호로 읽히는 만큼, 시장과의 신뢰 관리라는 비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당분간 순위 논쟁은 국제통화기금 통계 활용법 안내 여부, 향후 자료 구조 재정비 등 한국은행의 후속 조치를 기준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 무엇이 바뀌었나요?
- 한국은행 국제국이 3일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말미에 포함하던 국가별 외환보유액 규모와 우리나라 세계 순위 자료가 빠졌습니다. 본문이나 별도 설명자료, 브리핑 등으로 변경 사실과 배경을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순위 항목이 제외된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 앞으로 순위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 국제통화기금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주요국 비교 자료를 정례적으로 제공해 왔던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었는데, 이 창구가 사라진 셈입니다.
- 한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요?
-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대외 건전성과 무관하고 순위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최근 순위 변동 폭이 확대하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다만 변경을 미리 알리지 않아 신현송 총재가 강조해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