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사상 최고가…칩플레이션, 스마트폰·가전 값으로
AI 서버 수요에 9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2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메모리 값이 오르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과 태블릿 출고가를 올리고 가전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칩플레이션이 소비자 체감 물가로 넘어가는 과정을 정리합니다.
사진: Umberto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AI 서버 수요가 몰아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제 소비자가 사는 기기 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9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가 연달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고가를 이미 인상했다. 반도체 부문은 초호황이지만 완제품 사업은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극화가 ‘칩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확산 중이다.
9월 D램 26달러·낸드 30.6달러, 연달아 사상 최고치
칩플레이션은 반도체 칩 가격 상승이 완제품 물가로 전가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4% 오른 2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모리카드와 USB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MLC)도 전월 대비 0.4% 오른 30.6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몰리면서 범용 제품의 공급이 빠듯해진 결과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한 분기 새 80%↑…부품 원가 최대 70% 급등
가격 상승은 완제품 원가로 곧바로 이어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올랐고, 이 여파로 저가 스마트폰의 부품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70%, 중가 제품은 52%, 프리미엄 제품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생활가전·TV·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41조5392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모바일용 메모리가 5조42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연간 평균 대비 약 211% 급등했다.
갤럭시 S26 출고가 인상…태블릿은 전작보다 최대 25.4% 비싸게
소비자 체감 물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1일부터 갤럭시 S26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를 인상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S26 256GB는 125만4000원에서 140만3600원으로 11.9% 올랐고, 울트라 1TB는 27만6100원이 오른 282만1500원으로 인상 폭이 가장 컸다.
2일 공개한 갤럭시 탭 S12 울트라는 16GB·1TB 최상위 모델이 301만8400원으로 책정돼 전작보다 61만1600원(25.4%) 비싸다. 지난 4월 갤럭시 S25 엣지와 Z7 시리즈 출고가를 조정할 때는 기본형 256GB를 인상 대상에서 뺐지만, 이번에는 기본형까지 인상 범위에 포함됐다.
TV 원가 중 D램 비중 6~7%로…가전 사업 적자 전환
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4K TV에 주로 쓰이는 4GB DDR4 계약가격은 최근 1년 새 4배 이상 뛰었고, TV 제조원가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53%에서 67%로 커졌다.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사업(VD·DA)은 2분기 매출 14조5000억원, 영업손실 100억원으로 전분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도 TV 등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영상기기 부품용 칩 평균가격이 상반기에 지난해 연평균보다 37.4% 올랐다. LCD 패널 가격은 하락했지만, 중국 패널업체들이 국경절을 전후해 감산에 나서면서 4분기에는 이 완충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리미엄·구독으로 방어…4분기 추가 인상이 연말 변수
제조사들은 고부가 제품과 구독 사업으로 수익성을 지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AI 구독클럽을 ‘삼성 AI 구독’으로 개편해 고객층별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법인용 구독도 새로 선보였다. LG전자는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과 구독 사업 확대로 방어 중이며, 2분기 구독 사업 매출은 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 늘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015%, 낸드플래시는 152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분하는 만큼, 연말 연휴와 수요 성수기를 앞두고 완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지가 당분간 최대 변수다.
※ 이 글의 이미지는 특정 제품이 아닌 반도체 회로 기판 사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칩플레이션이 무엇인가요?
- 칩(chi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완제품 물가로 전가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메모리와 반도체 부품값이 오르면 스마트폰, 태블릿, TV 같은 완제품 가격이 함께 오르는 구조입니다.
- 갤럭시 S26 출고가는 얼마나 올랐나요?
- 10월 1일부터 S26 256GB는 125만4000원에서 140만3600원으로 11.9% 올랐고, 플러스 256GB는 10.3%, 울트라 256GB는 8.3% 인상됐습니다. 울트라 1TB는 27만6100원이 오른 282만1500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 가전 가격도 더 오르나요?
-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10~15%, 낸드플래시가 15~20%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원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제조사는 프리미엄 제품과 구독 사업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원가 상승분을 완제품 가격에 그대로 넘기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