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켄텍, 전기 7배 덜 먹는 뉴로모픽 소자 개발
GIST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나노입자 사이 틈을 정밀 제어한 휘발성 멤리스터를 개발했다. 스위칭 전압을 7분의 1로 낮춰 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 Umberto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나노입자 틈 제어해 스위칭 전압 8.75V→1.20V, 7분의 1로
휘발성 멤리스터는 전기 자극에 따라 저항 상태가 변했다가 되돌아오는 소자를 말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신소재공학과 이상한 교수팀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에너지공학부 오명환 교수팀과 함께 이 소자의 동작을 안정화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산화물 기반 휘발성 멤리스터는 전기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소자 안에 전도 경로가 새로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경로가 그때마다 다른 위치와 형태로 형성되면서 소자마다 동작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전도 경로를 만들 때마다 새로 찾는 대신, 아예 설계 단계에서 정해 두는 방식을 택했다. 약 10nm 크기의 산화코발트 단결정 나노입자를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입자 사이에 평균 약 3nm의 균일한 틈이 반복되는 구조를 두 전극 사이에 넣은 것이다.
그 결과 나노 틈을 약 3nm에서 약 1nm로 좁히자 스위칭이 시작되는 평균 전압이 8.75V에서 1.20V로 약 7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다. 틈 크기로 작동 전압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나노암페어에서 작동, 100회 측정 변동계수 9% 미만
개발된 소자는 약 10nA의 매우 낮은 전류에서도 작동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00회 연속 측정에서 스위칭 전압의 변동계수가 9% 미만에 그쳐 높은 동작 균일성과 재현성을 확보했다.
동작 균일성은 소자를 회로로 묶는 순간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소자마다 특성이 달라면 칩 설계 때마다 오차를 흡수할 회로를 추가로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전력과 면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기 자극의 세기와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회복 특성도 관찰했다. 빠른 회복은 전자의 이동이나 계면 전자 방출 같은 전자적 과정, 느린 회복은 나노입자 접합부에서 이동한 이온의 재확산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뇌를 닮은 컴퓨팅, 시간 정보 처리에 유리한 구조
뉴로모픽 컴퓨팅은 사람의 뇌처럼 자극에 따라 신호를 일시적으로 기억했다가 잊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상태가 저절로 되돌아오는 휘발성 멤리스터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다루는 이 구조와 궁합이 좋다.
AI와 사물인터넷 확산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적은 전력으로 일정한 성능을 내는 소자를 만드는 일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저전력 소자 연구는 산업적 의미도 크다.
이상한 교수는 “기존에는 불규칙 요소로 여겨졌던 나노입자 사이 틈을 오히려 동작을 제어하는 설계 요소로 활용한 데 의미가 있다”며 “낮은 전류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서로 다른 시간대의 회복 특성까지 확인한 만큼 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게재…소재보다 ‘배열’이 성능을 바꾼다
이번 연구 성과는 복합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지난달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에는 이상한 GIST 교수와 오명환 KENTECH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오인혁 GIST 박사과정생, 황준범 GIST 박사, 강민우 KENTECH 석박사통합과정생이 함께했다.
전자신문은 이번 성과가 전자소자 성능이 무엇으로 만드느냐는 소재의 문제뿐 아니라 나노입자를 어떻게 배열하느냐는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나노미터 수준의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능력이 곧 반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국내 연구진이 소재와 구조를 함께 설계한 케이스라는 의미가 있다. 상용화까지는 대면적 공정과 신뢰성 검증이 남아 있지만, 저전력 AI 반도체 설계의 선택지를 하나 더 넓혔다는 평가다.
자주 묻는 질문
- 멤리스터는 어떤 소자인가요?
- 가해진 전압이나 전류에 따라 저항 상태가 달라지는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하는 차세대 전자소자입니다. 특히 사람 뇌의 신경처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처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이번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요?
- 전류가 흐르는 길을 작동할 때마다 무작위로 새로 만들지 않고, 소자 제작 단계에서 나노입자 사이의 일정한 틈으로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약 10nm 크기 산화코발트 단결정 나노입자를 바둑판처럼 배열하고 입자 사이 틈을 평균 약 3nm로 유지해 전류가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 흐르게 했습니다.
-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 이번 성과는 단일 소자 수준에서 동작 균일성과 저전압 특성을 확인한 연구 단계입니다. 대면적 배열 공정, 소자 수명 검증, 기존 반도체 공정과의 호환성 확인 등이 뒤따라야 실제 뉴로모픽 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