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세계 첫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운영 허가
핀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 '온칼로'에 운영 허가를 내줬다. 지하 400m 기반암에 구리·주철 용기를 밀봉하는 다중 방벽 구조와 남은 절차, 한국 과제를 정리한다.
사진: Yosuke Ota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핀란드 정부, 포시바 ‘온칼로’ 처분장에 운영 허가
온칼로(ONKALO)는 핀란드어로 ‘동굴’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시설이다. 핀란드 정부는 2026년 10월 22일(현지시간) 원자력폐기물 관리업체 포시바(Posiva)에 지상 캡슐화 설비와 이 지하 처분 시설의 운영 허가를 내줬다고 독일 dpa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이 정부 허가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포시바는 공식 자료에서 저·중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둔 나라는 여럿이지만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을 실시 단계까지 밀어붙인 나라는 없다고 설명한다. 1950년대 첫 상업 원전 가동 이후 대부분 국가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에만 의존해 온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지하 400m 기반암에 구리·주철 용기를 밀봉하는 다중 방벽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에 쓰인 뒤에도 수만 년 동안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내뿜는 폐기물이다. 처분장은 핀란드 남서부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 지하 400m 깊이의 약 19억 년 된 안정적인 기반암에 조성됐다. 사용후핵연료는 지상 캡슐화 설비에서 부식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주철과 구리로 만든 특수 용기에 밀봉된다. 이 용기는 기반암에 뚫은 처분공으로 내려보내지고, 주변은 점토로 채워진다.
포시바는 처분 용기·점토 버퍼·터널 되메우기 같은 인공 방벽과 올킬루오토 기반암이라는 천연 방벽을 결합한 구조를 처분 개념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처분 터널 5개를 포함한 첫 실증 구간인 EKA 프로젝트에는 약 5억 유로가 투입됐다.
원전 5기 폐기물 대상…시운전·STUK 점검 뒤 본격 가동
이번 허가로 포시바는 핀란드 상업용 원자로 5기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온칼로에 밀봉·영구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허가와 동시에 처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포시바는 시운전과 핀란드 원자력안전청(STUK)의 현장 점검을 거친 뒤 실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핀란드 정부에 따르면 온칼로의 사용 연한은 약 100년이며, 그 이후에는 처분 시설이 완전히 밀봉된다. 사리 물탈라 핀란드 기후환경부 장관은 “원전 건설부터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에 이르기까지 원자력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이용을 보장하는 것을 세대를 넘어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1983년 로드맵에서 40년…주민 동의로 확정된 부지
온칼로까지 걸린 시간은 40년이 넘는다. 핀란드는 1983년 정부 차원의 핵폐기물 관리 일정과 책임 체계를 정한 뒤 부지 조사를 이어갔고, 2000년 올킬루오토가 처분 부지로 선정됐다. 에우라요키 지방의회가 20대 7로 부지 수용에 동의하면서 지역 승인 절차도 마쳤다. 2004년 온칼로 지하연구시설 착공에 이어 운영 허가 신청과 2026년 8월 STUK의 긍정적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이번 허가에 도달했다. 포시바는 올해 8월 실제 처분에 쓰일 첫 처분공 굴착에도 착수했다.
스웨덴·프랑스는 건설 중…한국은 부지 선정이 남았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과 프랑스도 핵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을 건설 중이다. 핀란드가 문을 연 다중 방벽 지층 처분 설계는 후발 국가의 기술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에 따라 중간저장시설 2050년, 최종 처분시설 2060년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으로 한빛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2030년 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핀란드의 40년 일정은 서두를 이유가 된다. 처분장을 완성한 힘은 토목 기술보다 부지 조사부터 주민 동의, 규제 심사까지 흔들리지 않은 정책 지속성이라는 평가다.
자주 묻는 질문
- 온칼로 처분장은 어떻게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나요?
- 사용후핵연료를 주철과 구리로 만든 내식성 용기에 밀봉하고, 올킬루오토 지하 400m 기반암에 뚫은 처분공에 내려보낸 뒤 주변을 점토로 채웁니다. 인공 방벽과 약 19억 년 된 안정적인 천연 기반암이 함께 방사성 물질의 이동을 차단하는 다중 방벽 구조입니다.
- 운영 허가가 나오면 곧바로 처분이 시작되나요?
- 아닙니다. 포시바는 시운전을 거치고 핀란드 원자력안전청(STUK)의 현장 점검을 통과한 뒤 실제 가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번 허가는 그 앞단의 행정적 요건에 해당합니다.
- 한국에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이 있나요?
- 아직 없습니다. 한국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상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최종 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부지 선정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각 원전 부지의 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