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가 러시아 제재 회피 물류 거점으로 부상
WSJ는 수년간 수억달러 규모의 제한·제재 대상 물자가 몰디브를 거쳐 러시아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항공기 부품과 이중용도 반도체가 말레 공항에서 검사 없이 환적되는 구조다.
사진: Shai Pal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항공기 부품·이중용도 반도체, 말레서 모스크바행 실려
제재 회피는 서방의 수출 제한 대상 물자를 제3국을 경유시켜 원산지를 흐리는 물류 기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현지시간) 화물 운송장 등 문서와 서방 당국자 인터뷰를 토대로, 수년간 수억달러 규모의 제한·제재 대상 물자가 인도양 휴양지 몰디브를 거쳐 러시아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물자의 종류는 꽤 구체적이다. 항공기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을 비롯해 군사·민간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이 포함됐다. 민수용 전자장비와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모두 쓰일 수 있는 마이크로칩과 광학 장비가 대표적이다.
정식 수입 없는 공항 환적…물리적 검사도 없어
유통 구조의 핵심은 말레 국제공항이다. 여기에는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항공기가 매일 도착한다. 화물은 현지 중개업체와 러시아 연계 물류업체 등의 도움을 받아 서류 절차를 거친 뒤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에 실려 도착 약 2시간 후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화물은 몰디브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공항 내에서 항공기 간 이동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환적 화물에 대한 물리적 검사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 조작도 핵심 기법이다. 현지 업체들은 운송 서류를 변경하고 새 항공화물 운송장을 발급해 물품을 판 기업의 이름이 러시아행 서류에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고 서방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최종 수신자를 추적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중국·UAE 경유 연 150억달러엔 못 미쳐도 의미는 커
규모만 보면 몰디브는 작은 축에 속한다.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 러시아의 주요 제재 회피 경로를 통한 제한 물자 수입은 연간 약 15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몰디브 경유 규모는 이에 비하면 작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러시아의 제재 회피망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다는 실증이기 때문이다. 휴양지로만 인식되던 나라가 물류 중개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방 제재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지도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러시아인 관광객 2위…몰디브 대응의 딜레마
미국과 유럽 등은 몰디브 정부에 대러 제재 회피 경로를 차단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디브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높다. 몰디브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러시아는 몰디브 방문 관광객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긴밀한 경제 관계가 몰디브의 대응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환적 검사 강화와 관광 수요 사이에서 몰디브가 어느 쪽 무게를 실을지, 그리고 서방이 제재 실효성을 위해 추가 압박 수단을 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자주 묻는 질문
- 몰디브를 거치면 왜 제재를 피할 수 있나요?
- 화물이 몰디브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공항 내에서 항공기 간 이동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환적 화물에 대한 물리적 검사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업체들이 운송 서류를 변경하고 새 항공화물 운송장을 발급해 원래 판매 기업의 이름이 러시아행 서류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 어떤 물자가 유통됐나요?
- 월스트리트저널이 확보한 화물 운송장 등 문서와 서방 당국자 인터뷰에 따르면 항공기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 광학 장비가 포함됐습니다. 민수용 전자장비와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칩 같은 이중용도 물품도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규모와 배경은 어느 정도인가요?
-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 러시아의 주요 제재 회피 경로를 통한 제한 물자 수입이 연간 약 150억달러로 추정되는 것과 비하면 몰디브 경유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다만 러시아의 제재 회피망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러시아는 몰디브 방문 관광객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