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ICC 통째로 제재…유럽은 차단규정 검토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동맹국의 협조를 기대했다. 같은 날 ICC 재판관 출신 나비 필라이가 노벨평화상에 선정되자 유럽연합은 제재를 무력화하는 차단규정 발동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 Joshua Kettle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범죄와 집단학살, 반인도적 범죄를 심판하는 상설 국제 사법기구다. 이 재판소를 향한 미국의 제재와 노벨평화상 발표가 같은 날 겹치면서, 국제법 질서를 둘러싼 대립이 표면으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ICC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동맹도 협조 기대”
트럼프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ICC를 통째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재판관과 검사 등 13명을 제재한 데 이어 재판소 전체로 범위를 넓히고, 동맹국에도 제재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혀 압박 수위를 높였다.
ICC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과 개인에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제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직후부터 ICC 소속 법률가와 직원들을 상대로 제재를 여러 차레 부과하며 ICC 해체까지 주장해왔다. 연합뉴스 보도
제재 발표는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몇 시간 뒤
발표 시점이 논란을 키운다. 이날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남아공 출신 인권법 전문가 나비 필라이(85)를 선정했다. 필라이는 ICC 재판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고, 현재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활동하는 현직 국제 법률가다.
행정부는 제재가 노벨상 발표 이전부터 준비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ICC 재판관 출신 수상자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려고 시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벨위원회의 결정을 비난하는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별도 설명 없이 트루스소셜에 재공유했다.
노벨위원회 “판사들이 제재받는 시대” 직격탄
노벨위원회의 선정 이유 발표도 곱지 않았다. 위원회는 필라이가 우리 시대 국제법 원칙을 수호해온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라며, 법적 체계와 정의에 대한 존중이 약해지고 국제질서가 힘의 정치로 전환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질서와 혼돈의 경계선을 지키는 판사들은 찬사받아 마땅하지만 오늘날 바로 그 판사들이 제재받으면서 소속 기구도 공격받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재판관 13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 대상에 오른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은 이런 시기의 수상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성명을 냈다.
EU 차단규정 발동 검토…7개국 외무장관 공동 성명
유럽의 대응도 빠르다. EU 집행위원회는 ICC가 계속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로마규정 당사국 125개국 전부와 힘을 모아 ICC의 독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의 톰 베렌드선 외무장관은 미국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EU 차단규정 발동을 준비하도록 집행위에 요청했다. 차단규정은 제3국 제재를 역내 기업과 개인이 따르지 못하게 강제하는 조치로, 원래 미국의 쿠바·이란 제재에 대응해 만들어진 제도다. 덴마크·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캐나다·일본 외무장관도 공동 성명으로 ICC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
이메일·결제 계좌는 이미 차단…ICC는 독일산 프로그램으로 대비
제재의 실태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ICC 관계자 상당수는 애플·아마존·페이팔 등 미국 기업의 이메일과 금융거래 계정이 차단된 상태다.
ICC도 대비를 마쳤다. 업무용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독일산 공공기관용 프로그램인 오픈데스크로 바꿨고, 금융거래 제재를 우회할 방안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발효를 앞두고 대화와 압박이 맞물리는 가운데, 국제법을 둘러싼 이 대립이 동맹국 사이의 새로운 긴장 포인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 미국은 ICC에 어떤 제재를 발표했나요?
- 트럼프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ICC를 통째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동맹국에도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ICC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과 개인에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제시됐습니다.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직후부터 ICC 법률가와 직원들을 상대로 여러 차레 제재를 부과해왔습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이 왜 논란이 되나요?
- 올해 수상자인 나비 필라이는 남아공 출신 인권법 전문가로 ICC 재판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고,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 낸 유엔 조사위원회를 이끌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국제법 수호에 대한 상임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결과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습니다.
- 유럽연합은 미국의 ICC 제재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 EU 집행위원회는 로마규정 당사국 125개국과 협력해 ICC의 독립을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제3국 제재를 역내 기업이 따르지 못하게 하는 EU 차단규정 발동 준비를 집행위에 요청했고, 덴마크·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캐나다·일본 외무장관은 ICC를 확고히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